강준이 공구 가방을 들고 현관을 들어선다. 안주인 최여사(56)가 서재를 안내한다. 책상 위에 모니터와 키보드. 강준이 의자를 당겨 앉으며 키보드에 손을 뻗다— 멈춘다.
코딱지다.
자주 겪는 일이다.
그리고 바로 닦아야 한다.
지금 닦지 않으면, 나중에 내가 한 일이 된다.
이 정도면 본체 속은 열어보지 않아도 뻔하다.
강준이 천을 꺼내 소리 없이 키보드를 닦는다. 그리고 의자에서 내려와 책상 아래를 들여다본다. 본체가 벽 구석에 박혀 있다. 뒷면이 보이지 않는다. 강준이 무릎을 꿇고 기어든다.
강준이 손을 본체 뒤로 밀어 넣는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자리. 전원선, 모니터 선, 랜선— 손끝으로 감을 잡아 하나씩 뽑는다. 딸려 나오는 먼지 덩어리들.
이쯤 되면 두 부류로 나뉜다.
부끄러운 쪽은 청소기를 끌고 온다.
말은 안 해도 미안하다는 표시다.
그렇지 않은 쪽이 더 많다.
방문이 열리며 최여사가 청소기를 끌고 들어온다. 한 바퀴 밀고 나서 음료수 캔을 내민다.
청소기에 음료수까지.
평범한 수준이다. 나쁘지 않다.
최여사가 거실로 나갔다. 강준이 본체를 작업대 위에 올리고 케이스를 연다. 안을 들여다본다. 멈춘다.
먼지.
먼지.
그리고— 돈다발.
하드디스크 옆 공간. 고무줄로 묶인 지폐 묶음이 끼워져 있다. 두께가 상당하다. 강준이 그것을 바라본다. 손대지 않는다.
강준이 최여사를 불러 본체 속을 보여준다. 최여사의 표정이 굳는다. 손을 뻗어 돈다발을 꺼내 쥔다. 돌아서서 안방 문을 연다.
안방에서 남자의 잠긴 목소리. 말은 잘 안 들린다. 강준은 서재에 서 있다. 공구 가방을 천천히 닫으면서.
수리를 계속하기가 어렵다.
이 소리를 들으며 이 공간에 있는 것이.
강준이 본체를 안고 현관을 나선다.
강준이 수리점으로 돌아왔다. 본체를 작업대 위에 올린다. 다시 케이스를 연다. 부속을 하나씩 분리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에어 스프레이. 먼지가 날린다. 팬, 메모리, 그래픽카드. 차례로 닦고 다시 끼워 넣는다. 케이스를 닫는다. 전원을 넣는다. 부팅이 된다.
강준이 공구 가방을 정리하다가— 멈춘다. 가방 안쪽 주머니에 손이 닿는다. 봉투 하나. 봉투를 서랍 안에 넣는다. 그리고 닫는다.
문이 열린다. 남자(55)가 들어온다. 어제 안방에서 소리만 들었던 그 사람일 것이다. 강준은 처음 보는 얼굴이지만, 안다. 남자가 카운터 앞에 선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잠깐 머뭇거린다.
서로가 말없이 바라본다. 잠시 후. 강준이 서랍을 열고 봉투를 꺼낸다. 카운터 위에 올려놓는다.
남자의 눈이 봉투 위에 멈춘다. 손을 뻗어 집는다. 표정이 없다. 봉투를 접어 재킷 안주머니에 넣는다.
남자가 지갑을 꺼낸다. 만 원권을 센다. 서른 장. 카운터 위에 내려놓는다.
강준이 케이스를 연다. 돈다발. 그리고 그 옆— 흰 봉투 하나. 강준의 손이 봉투 위에서 멈춘다. 겉면을 본다. 수신인 이름. 공구 가방에서 메모지를 꺼낸다. 방문 요청자 이름. 두 이름을 나란히 놓고 본다. 다르다. 강준이 재빨리 봉투를 공구 가방 안에 밀어 넣는다. 케이스를 닫는다. 거실 쪽에서 최여사의 소리가 들린다. 강준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앉아 있다.
삼십만 원이 카운터 위에 놓여 있다. 강준이 바라본다. 집지 않는다.
남자가 본체를 두 손으로 안는다. 강준이 도우려다 멈춘다. 혼자 들 수 있다. 문 쪽으로 걷는다. 나가기 전에 한 번도 돌아보지 않는다. 문이 닫힌다.
강준이 삼십만 원을 집어 서랍에 넣는다.
작업 완료 메모를 편다.
펜을 들어 한 줄 쓴다.
방문 수리 — 청소 및 점검. 완료.
잠깐 그 메모를 바라보다가 접어 넣는다.
다음 수리 건을 꺼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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