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대 위에 PC 본체 하나. 그 옆에 CD 라이터가 따로 놓여 있고, 공 CD 묶음이 뜯겨 있다. 강준과 연수생 박재원(25), 송유진(23) 세 사람이 작업대를 둘러서 있다.
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진이 살짝 고개를 기울인다.
CD 라이터를 모른다는 게 놀랍지 않다.
이 친구가 태어났을 때 이미 USB가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까 이 기계는 이 친구한테 유물이다.
그 유물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강준이 잠깐 고개를 끄덕인다. 틀린 말이 아니다.
강준이 CD 라이터를 한 번 바라본다.
손님한테는 빠른 게 맞다.
지금은 한 번쯤 끝까지 파봐야 하는 순간이 있음을 전하고 싶다.
세 사람이 논의한다. 순서가 정해진다.
재원과 유진이 들어온다. 얼굴에 피로가 있다. 재원이 빈 CD 케이스를 내려놓는다. 서른 칸이 전부 비어 있다.
강준이 직접 PC를 켠다. 윈도우 버전. 확인한다. 최신이다. 드라이버 목록을 연다. 항목들을 하나씩 내려간다. CD 라이터 드라이버. 멈춘다.
최신이 아니다.
강준이 두 사람을 본다. 두 사람이 강준의 모니터를 본다. CD 라이터 드라이버 — 업데이트 필요.
두 사람이 모니터를 들여다본다. 아무 말이 없다.
거짓말은 아닐 것이다.
손님 입장에서는 다 한 게 맞다.
윈도우 업데이트. 몇 가지 드라이버.
CD 라이터 드라이버가 별도로 존재한다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까 다 했다고 말한 거다.
틀린 말인데 틀린 줄 모르는 말.
이런 말들이 생각보다 많다.
방금은 저들도 그렇게 말했다.
다 확인했냐는 질문에 '네'라고.
강준이 CD 라이터 드라이버를 업데이트한다. 공 CD 한 장을 넣는다. 굽기 시작. 잠깐. 오류. 실패. 강준이 CD를 꺼낸다. 버린다. 드라이버가 원인은 아니었다.
재원과 유진이 서로를 본다. 잠깐. 그리고 동시에 강준을 본다.
서른 장.
공 CD 서른 장이 날아갔다.
새 CD 라이터 하나가 삼만 원이다.
진단 비용이 장비 교체 비용을 이미 넘겼다.
원인을 못 찾은 것.
그리고 둘이서 가정을 더 많이 내놓지 못한 것.
그게 더 아쉽다.
강준이 대답하지 않는다. 맞는 말이다. 논리적으로는. 그런데 찝찝하다. 본능적으로.
이 느낌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뭔가 빠진 것 같다는 느낌.
서랍을 닫았는데 뭔가 안에 남아 있는 것 같은 느낌.
이럴 때 포기하면 나중에 후회한다.
항상 그랬다.
커다란 화이트보드. 어제 논의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세 사람이 나란히 선다. 재원과 유진은 읽는다. 강준은 본다.
강준의 시선이 보드 위를 천천히 훑는다. 업데이트 항목들이 적힌 칸. 윈도우. 드라이버. 라이팅 SW. 세 줄. 강준이 멈춘다.
업데이트.
변화를 줘서 반응을 보는 것.
우리가 한 건 전부 그거다.
윈도우 업데이트.
드라이버 업데이트.
라이팅 SW 업데이트.
그런데 잠깐—
소프트웨어가 업데이트되는 건 당연하다.
드라이버도 업데이트된다.
그런데 하드웨어도 업데이트가 된다.
하드웨어 안에 박혀 있는 작은 소프트웨어.
펌웨어.
CD 라이터에도 펌웨어가 있다.
강준이 마커를 집어 화이트보드에 쓴다. 재원과 유진이 강준의 손을 따라간다. 그리고 쓰인 것을 읽는다. 두 사람이 동시에 강준을 본다.
유진이 노트북으로 검색한다. 제조사 사이트. 지원 페이지. CD 라이터 모델명을 입력한다. 화면을 본다. 그리고 재원을 본다.
안내대로 펌웨어를 받아 설치한다. 진행 바가 올라간다. 완료. 공 CD 한 장을 넣는다. 굽기 시작. 아무 오류 없이. 완료. CD가 나온다.
세 사람이 CD를 본다. 아무도 말이 없다. 잠깐.
강준이 두 사람을 바라본다.
두 사람이 듣는다.
손님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 된다.
그리고 지금은 앞에 있는 두 사람의 말도 마찬가지다.
재원이 고개를 끄덕인다. 유진이 뭔가를 적는다.
강준이 멈춘다. 빈 CD 케이스를 한 번 본다. 서른 칸. 전부 비어 있다. 그리고 다시 두 사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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